홍진경, 유튜브 찍고 단독 MC까지... 이유 있는 전성기 ('공부왕 찐 천재', '영화로운 덕후 생활')
채널A '애로우 부부', SBS 플러스 '연애도사' 등 초대객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씩 분노하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홍진경의 몫이다. 이제는 패널 위주의 예능뿐 아니라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극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카카오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 중인 웹예능 공부왕 찐의 천재는 홍진경의 재발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우리가 몰랐더라도 그의 재능을 세상에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기본 구성 자체는 일반 연예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 연예인 교사 수능강사 PD 등 이른바 공부 잘하는 인물을 찾아가 공부를 갈망하고 있는 홍진경과 후배 개그맨 남창희 김인석 래퍼 글리(김동현) 등이 국영수와 국사 등의 가르침을 받는 내용이 몇 달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그러나 <공부왕 진천재>의 큰 재미는 따로 존재한다. 수업을 받기 위한 준비과정이나 교사를 만나러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웃음이 그것이다.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딸의 용돈으로 주식을 샀다가 반 토막이 났다는 TMI의 고백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를 메우기 위해 여의도 증권가를 기습 방문해 재테크 강의를 받는 등 예측 불허 에피소드가 매번 소개돼 공부라는 딱딱한 소재의 한계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사실상 고정 멤버나 다름없는 딸 라엘까지 가세해 어머니 못지않은 예능 감각을 뽐내는 등 마치 홍진경 부자의 버라이어티 쇼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동시접속자 2만 5천 명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실전 모의고사 생방송까지 진행할 정도로 이제 공부왕 찐천재는 유튜브의 신흥 예능 프로그램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번 달 23일에 첫회 방송된 tvN 프로그램 「영화 덕후 생활」은 홍진경이 처음으로 단독 MC를 맡은 케이블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 보듯 각종 영화에 대한 내용을 다양한 코너에 담아 소개하는 정보성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기본 틀은 MBC 출발 비디오 여행 SBS 접속! 무비월드 등 지상파 TV의 영화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성우나 연예인이 내레이션을 맡아 신작이나 주목할 만한 옛 작품을 소개하거나 비슷한 성격의 작품을 한자리에 비교하는 영화 대 영화 같은 내용이 줄줄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코너는 따로 존재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일대일 대담 형식으로 한 작품을 논하는 '홍진경, 이동진의 문화시민'이 그것이다. 15분여의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기존의 영화정보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 첫 회부터 드러난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을 두고 "남편 돈만 믿고 살면 안 된다. 헤어지더라도 이성의 끈은 놓치지 말며, 헤어질 때는 차갑게 헤어져야 한다는 등 홍진경은 나름대로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평범한 관객, 안방 시청자의 시각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느낀 점을 가감 없이 표현하면서 <영화다운 덕후생활>은 JTBC <방구석 1열>류의 평론가+감독 중심 작품의 해석에서 벗어나 누구나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홍진경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동안 우리가 홍진경이라는 인물에 대한 선입견은 엉뚱하고 미흡했다. 과거 영자의 전성시대 금촌댁 사람들 같은 개그 코너, MBC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다양한 그녀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무도 순수의 시대 편에서 언론고시 3관왕 전현무를 상대로 도시 맞히기 퀴즈에서 승리했으며 JTBC 차이나는 반 등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초대 강사도 놀랄 만큼 날카로운 질문도 할 수 있는 인물도 홍진경이었다.
방송인 이전에 성공한 CEO이기도 한 그는 웹예능 공부왕 진천재를 통해 남들이 뭐라고 하든 한 가지 목표에 매진하는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며 홍진경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 80만 명이 넘는 만담(구독자 애칭)이 홍진경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전히 수학문제를 자주 틀려 영어문장 구사에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고 매번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한다. 이런 홍진경을 볼 때 이 순간만큼은 바보의 탈을 쓴 진짜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9년 동안 활동한 그는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었지만 험난한 연예계에서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본인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만은 성공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이 주인공이 된 예능에서 대기만성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공부왕이 아니라 예능왕으로서 천재 홍진경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